연성
민준지환 / 단편
DAPnDAWN
2016. 10. 13. 21:14
별그대 도민준 X 연애소설 지환(승찬준모)
*
"어? 또 오셨네요?"
지환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한창 소나기가 내리는지라 비를 피해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6일째 연속으로 같은 시간대에 자신의 카페에 들르고 있는 남자를 향해서 한 말이었다.
이내 비에 쫄딱 젖은 그의 코트와 머리를 본 지환이 이크하며 급하게 앞치마 하나를 꺼내와 남자에게 건냈다.
"머리 좀 터세요. 아이구, 다 젖으셨네.."
지환이 말하면서 장난그럽게 혀를 찼다.
남자는 살가운 지환의 말투에도 불구, 침쿡을 지키다가 곧 못 이기는 척 앞치마를 받아들고 지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머리를 털었다.
"머리 털면 누가 잡아간대요?"
지환이 눈치를 보며 머리를 터는 남자의 모양새를 보고 키득대며 말하자 남자가 머쓱은 듯 고개를 돌려 메뉴판에 시선을 고정했다.
"뭐가 제일 맛있습니까?"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지환이 입가에 미소를 내걸며 메뉴판을 집어들었다.
"원래는 다 맛있지만, 손님 상태로 봐서는 핫초코가 제일 좋을것 같네요."
지환이 메뉴판을 들고 돌아서자 남자가 잠시 지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짓다가 앞치마를 주먹 사이에 말아쥐며 중얼거렸다. 나 초코 안먹는데......
"손님은 이름이 뭐에요?"
지환이 핫초코를 호로록 마시던 남자의 테이블에 턱을 붙이고 물었다.
마치 그 유명한 장화신은 고양이의 표정같은 지환에 남자가 보일듯말듯 푸스스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알아서 뭐하게요?"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지환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단골이시기도 하고....그냥..."
"한서진입니다."
오..한서진..! 지환이 서진의 이름을 되새기며 밝아진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제 이름은 지환이에요!"
서진에게 말을 붙이려는 듯 입을 벌리던 지환이 딸랑-경쾌한 종소리를 내며 들어온 손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메뉴판을 가지러 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서진이 몸을 일으켰다.
이만하면 됐어.
이만하면. 이만하면 충분해.
소리없이 걸음을 옮기는 서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작년 이맘때쯤, 아니면 제작년 겨울쯤에, 한서진으로서의 의사생활을 끝마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던 시기였다.
자신이 담당했던 환자들 중 어린 십대 소녀가 하나있었는데,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한 청년이 눈에 띄었다.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올때마다 자신의 동생인 듯한 소녀에게 무언가를 건네던 그 청년의 얼굴이 이십대 답지 않게 어려보여 눈여겨 봤었다.
마침내 소녀가 병이 다 나아 퇴원하게 되었을 때 환하게 미소짓고 벙원을 나서는 그 모습을 보며 심장이 뛰었었다.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하나?
확신하기 위해 그의 직장인 카페를 딱한번 찾아갔던 것이 두번이 되고, 세번이 되고, 백번을 넘겨버렸다. 물론 카페 안으로 들어가 그와 눈을 마주친 것은 겨우 여섯번에 지나지 않지만 비가오건 눈이오건 카페밖에 숨어 그를 바라보다 시간을 멈추고 그의 사진들을 구경하고, 그가 타서 손님에게 주려던 커피를 마셨던 일들은 백번이 넘었다.
그 덕분에 한서진의 사망시기도 1년이나 늦추어져 버렸다.
이제 시간을 더 끌면 위험하다는 강변호사의 말을 곱씹으며 서진이 내키지않는 발걸음을 끌었다. 마침내 카페 문을 열고 나서기전에, 서진이 걸음을 멈췄다.
시간도 멈추었다.
돌아서서 손님에게 환하게 미소지고 있던 지환에게로 서진이 달렸다.
입을 맞추며 똑같이 시간이 풀려버린 지환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 눈을 크게뜨며 멈추어진 시간을 둘러보는 동안 마지막으로 지환의 모습을 눈에 담은 서진이 그대로 사라졌다.
시간도 풀렸다.
지환이 뒤늦게 뛰쳐나와 소나기 속을 돌아녔지만, 서진은 없었다.
암튼 그렇게 도민준으로 신분세탁한 서진과 (참고로 서진은 도민준 이전의 신분임. 의사.) 수인이랑 경희 만나고 걔네들이 떠나고 나서 택시를 하며 근근히 생활하던 지환은 서진이 지환의 택시에 타면서 다시 만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