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8제][준영태현] 고딩X직딩 AU
DAPnDAWN
2017. 3. 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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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아저씨! 이거 두고 내리셨는데요."
아, 아저씨가 아니라 형인가..? 급하게 내려서 달려가던 남자가 준영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고, 준영은 남자의 나이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해보았다. 아무래도 형인거 같네. 방금 웬 직장인 남자 하나가 정신 머리도 없이 지하철에 두고 내린 가방을 친절히 주워다가 전해주려 내밀고 서있던 준영이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고마워요, 학생."
밝은 얼굴로 달려와 준영의 손에서 가방을 받아든 남자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한 뒤 재빠르게 뒤돌았다. 많이 바쁜가봐..한시 바삐 달려다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마치 도망치는 햄스터 같다고 생각하며 준영은 괜스레 글적였다.
"학생. 혹시 나 때문에 내린거에요?"
예! 예? 순식간에 코 앞까지 다가와 생뚱맞은 질문을 내놓는 남자에 준영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이 역 주변에는 대학교가 없지 않아요?..고등학생인가? 준영이 탄식을 내뱉었다. 아, 저 가방 전해주겠다고 일찍 내렸구나. 괜찮아. 동구한테 부탁해서 대출하면…그리고 쩌저적. 준영의 머릿속에 번개가 내리쳤다.
오늘 시험 보는 날이지.
"..병신새끼."
"네?"
"아,아니요. 형한테 한 말이 아니고.."
저한테 한 말입니다. 저한테. 착한 짓 하겠다고 인생을 ㅡ인생을?ㅡ 날려버린 저한테.
준영이 한숨을 깊게 내쉬며 콧등을 긁적였다. 방금 한 짓이 후회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이런 후회는 1살 때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뒤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태어나고 처음 헬조선을 맞이한 날 만큼이나 막막한 앞길을 생각하며 준영이 아까보다 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거의 용가리 수준이었다.
"미안해요, 학생. 데려다줄, 아, 차가 수리, 제가 교수님한테 말해볼까요? 아니면, 어, 사례금이라도..!"
아뇨. 괜찮습니다.
준영은 21살, 사회의 자랑스러운 구성원의 믿음직한 모습으로 남자에게 말하려고 했으나, 남자의 표정을 보고선 아무말도 못하고 입이 턱, 막혀서 뚫어져라 남자를 바라보기만 했다.
어..얼굴도 햄스터 같아..! 표정도..!
나이는 맍지만 키는 준영보다 작아서 올려다보는게 귀여웠고, 울먹거리는 표정이 사랑스러웠다. 그 사랑스러운 얼굴을 보는 순간, 대학교에 올라오고 나서는 50%만 꺼내놓았던 준영의 사랑꾼 ㅡ정확히 말하자면 카사노바ㅡ 기질이 시험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뚫고 솟아올랐다.
거의 용솟음 치듯이.
"대신에 저랑 커피 한 잔만 마시실래요?"
내장까지 오그라든다.
난 지금 불판 위의 한ㅁr리 오징어..☆